이와이 슌지 감독의 <릴리 슈슈의 모든 것>과 허진호 감독의 <봄날은 간다>
비슷한 장면을 공유하는 다른 두 영화.
우연하게도 모두 2001년 작이다.
아직 여물지 않은 푸른 들판과 / 충분히 익은 누런 갈대 밭
외부의 소리를 차단하고 / 외부의 소리를 받아들임
공간은 무수한 작은 개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소리(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더 이상 인식 가능한 '소리'가 아닌 공간 전체를 진동하는 '울림'에 가깝다 : <릴리 슈슈의 모든 것>에 따르면 '에테르')를 만들어내고, 그것은 헤드폰을 통해 전달되거나 혹은 차단된다. 인물이 부딫히고 상처입게 되는 외부으로서의 들판과 밭, 그리고 그 안에 홀연히 던져진 인간이라는 이미지는 흡사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<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>를 연상하게 한다. 그러나 여기의 대자연 앞의 인간은 프리드리히의 '방랑자'보다 더욱 사적이며 능동적으로 보인다. 이들에게 씌워진 헤드폰이 온 몸을 뒤흔드는 외부의 울림을 개인의 의지로 수용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. 그들은 그 커다란 울림에 휩쓸려 부서지지 않고 더욱 내밀하게 내면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공고히 하거나 또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임과 동시에 초연할 수 있게 된다.
- 릴리 슈슈의 모든 것
- 봄날은 간다
2014.09.03 21: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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